• 최종편집 2024-03-28(목)
 

 

 

 

 

무형문화재 전승자 자서전

문화재청, 49편 원천자료 확보
1차로 20명의 구술 담아 발간

대부분 1900년대 生의 고령자
일제강점기, 6·25, 4·19 증언

대한민국 근현대사 기록 담겨

 

황해도와 평안도 지방, 즉 서도지역에서 불리던 노래인 ‘서도소리’(국가무형문화재 제29호)의 전승자 이은관(1917~2014)은 고향 강원도에서 소리 공부를 할 곳이 마땅히 없어 유성기에 레코드판을 사다 들으면서 소리를 배웠다. 주로 들었던 레코드판이 당시 ‘배뱅이굿’으로 유명했던 최경식과 소리꾼 김종조였다.

 

그의 소리 인생에 많은 영향을 끼친 이는 황해도 황주 권번에서 소리 선생으로 있던 고 이인수 씨다. 그는 스승에게서 그의 장기인 배뱅이굿을 비롯해 ‘공명가’ ‘초한가’ ‘배따라기’와 같은 서도소리를 빠짐없이 배웠다. 그는 다달이 내는 수강료를 마련할 방도가 없어 스승의 집안일을 거들며 소리를 배웠다.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원장 조현중)이 국가무형문화재 전승자 20명의 구술을 담은 ‘국가무형문화재 전승자 구술 자서전’ 20권(표 참조)을 발간했다. 

 

이번에 발간한 구술 자서전은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의 전승 과정은 물론, 출생과 결혼 등 평범한 일상 속 삶의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제작했다.

 

특히 구술에 참여한 전승자들은 대부분 1900년대 초반에 태어난 고령자들로 그들이 살아온 시대는 일제강점기와 3·1운동, 8·15광복, 6·25전쟁, 제주 4·3사건,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등이 일어났던 격동의 시기로,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관통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는 대한민국의 생생한 역사이자 기록이며, 그 현장을 지나온 산 증인들의 증언이다.

 

구술채록 초고 편집을 맡은 출판사 ‘수류산방’ 관계자는 “그동안은 학계에서 국가무형문화재의 기능만을 정리해 자료로 남겼지만 이번 책은 급변하는 당시의 시대적·역사적 상황과 함께 전승자들의 육성을 통해 무형문화재 내용을 정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양주별산대놀이(국가무형문화재 제2호)의 전승자 노재영(86)은 6·25전쟁의 참화 속에 죽을 고비를 몇 차례 넘기고서야 양주별산대놀이와 만나 전승자가 될 수 있었다. 전쟁이 터진 후 인민의용군으로 끌려갔다가 거제 포로수용소 생활을 거쳐 휴전 4일 후 다시 해병대에 입소했고, 26세가 되던 1958년 양주별산대놀이를 이어가는 김성태의 눈에 들었다.

 

서해안배연신굿 및 대동굿(국가무형문화재 제82-2호) 전승자 김금화(87) 역시 격동의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온몸으로 견뎌내야 했다. 12세 때 신내림을 체험했고, 13세에는 일제의 처녀공출을 피해 시집을 갔으나 시어머니의 박해를 못 참아 시집으로부터 도망쳐 나왔다.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6·25전쟁이 터지며 무당이라는 핍박 속에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다.

 

국립무형유산원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국가무형문화재 구술 채록 사업’을 진행해 보유자들의 삶과 전승 과정에 대해 생생하게 구술한 자료와 채록한 원천자료 49편을 확보했다. 이 중에서 먼저 총 20명의 이야기를 이번에 20권의 책으로 엮어 발간했다.

 

한편 구술 자서전은국립무형유산원누리집에도 전자문서 형태로 오는 3월에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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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질기게 살아남은 우리의 무형문화 - 자서전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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